② 소속사 실질 모회사인 VC 인피니툼파트너스의 펀드에 출자
회사의 IT 기술, 사업 역량에 주목…새 매니지먼트 문화 정착 기대
한국 여성 프로골프 대표 선수인 김효주가 소속사의 모회사인 국내 벤처캐피탈 ‘인피니툼파트너스’와 함께 정보기술(IT) 기반 테마파크 운영사 ‘모노리스’에 투자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에는 스포츠 선수가 가족 중심 경영인 소속사에 소속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도 소속사가 선수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관리 뿐 아니라 선수의 투자까지 관리해주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김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여성 프로골프 선수 중 한 명이다. ‘100억원 소녀’란 별명도 있다. 그는 빼어난 실력을 앞세워 프로 전향 2년 차인 2014년 대한민국 최초로 한 시즌에 상금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같은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에서 18홀 기준 최소타 신기록을 세워 롯데그룹과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김 선수는 이를 통해 인센티브 등을 제외한 계약금으로만 5년 65억원을 받았다.
당시 박태운 인피니툼파트너스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면서 모노리스에 후속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앞세워 김 선수를 설득했다. 김 선수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스포츠와 게임을 테마파크에 융합한 ‘스페이셜 게임파크’를 만드는 모노리스의 사업 역량에 주목해 투자에 동참했다.
김 선수는 모노리스를 통해 소기의 투자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모노리스가 상장에 성공한 뒤 추후 인피니툼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하면, 김 선수는 여기서 발생한 초과수익을 펀드 지분에 비례해 분배받게 된다. 모노리스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김 선수가 투자할 당시보다 이미 크게 올랐고, 상장에 성공하면 몸값은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선수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소속사인 ‘지애드스포츠’와 함께 한국에 새 스포츠 매니지먼트 문화를 정착시키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장은 역사에 비해 규모가 작다. 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소속 선수들이 벌어오는 계약금·상금·광고가 사실상 전부라 대체로 소규모 가족회사로 이뤄져 있어서다. 반면 지애드스포츠는 모회사로 인피니툼파트너스를 두고 있어, 매니지먼트와 투자 기능을 병행할 수 있다.
해외에선 스포츠 매니지먼트사가 소속 선수 투자까지 도와주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WWE·UFC 계열사인 ‘IMG’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딜을 소싱하는 등 투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소속 선수는 회사에 지불할 수수료 등을 활용해 자금줄 역할을 한다. 이후 선수는 조언자 등으로 적극 참여하며 피투자사 밸류에이션을 소속사와 함께 키워나간 뒤 수익을 공유한다. 로저 페더러(테니스)·타이거 우즈(골프)등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이 IMG를 거쳤으며, 회사는 이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초대형 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났다.
이미 김효주 선수는 2021년 인피니툼파트너스가 지애드스포츠를 인수할 당시에도 투자자로 참여해, 소속사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지애드스포츠는 이렇게 확보한 투자금 등을 활용해 일본 관서지방 골프장 인수를 추진하는 등 밸류에이션을 더 높일 구상을 하고 있다. 산하에 국내 최대 규모 골프여행 전문 기업인 ‘자이언트골프앤투어’와 유명 골프클럽 총판권 보유 회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지애드스포츠는 이 같은 볼트온(bolt-on) 전략을 통해 골프 분야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소속 선수들은 출자와 자문 등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다.